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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잡자, 집! 집!” 새 집은 물론이고 헌 집도 위험하다

“집을 잡자, 집! 집!” 새 집은 물론이고 헌 집도 위험하다. 
"집이 우리를 죽인다" 라고 호소하는 환경 전문 강사가 있다.

아늑한 우리 집에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일까. 이사 많고 대청소 많은 봄철, 집 안 곳곳에 숨은 지뢰를 찾아보았다. 


규칙적인 환기는 쾌적한 집을 가꾸기 위한 알파요 오메가다.
‘행복한 우리 집’이 때로 닭살 돋는 수사일 수도 있겠다는 건 알겠다. 그래도 “집이 우리를 죽인다”니,
이건 좀 심하지 않은가.  그러나 환경 전문강사 허정림씨(45)는 거침 없다. 우리 모두 이제부터 ‘집과의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고 잘라 말한다.
그가 ‘집에 관한 종합선물세트’라 부르는 책 <집이 우리를 죽인다> (기린원 펴냄)를 집필한 이유이다.
책의 부제는 ‘우리 집 구석구석의 유해 독소들’이다.
아하, 그렇다면 새집증후군? 그렇지 않다. 허씨는 새 집이든 헌 집이든 위험투성이인 환경에 놓여 있다고 말한다.
새집증후군을 고발한 기존 서적과 달리 허씨 책에 눈이 가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말 그대로 새 집에 살든 헌 집에
살든 자기 주변을 총체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 한다.

물론 새 집이 더 위험하다는 것은 오늘날 상식이다.
벽에 바른 페인트에서는 납·비소·카드뮴·트리클로로에틸렌·암모니아·포름알데히드·수은 따위 중금속과 유해 화학물질이 배출된다.
도장재에서는 벤젠·톨루엔·자일렌·솔벤트 따위 무시무시한 휘발성 유기 화합물이 스며나온다.
신혼 부부가 집을 구할 때 빠뜨리지 않는 도배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화려한 실크 벽지는 화학물질을 다량 배출한다.
그중에서도 톨루엔이 80%, 벤젠이 10%다. 흥미로운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벤젠 농도가 오히려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톨루엔 수치가 20%까지 떨어지는 데 반해 벤젠 방출량은 60%로 높아지기도 한다.

새 집만 위험한가? 새 가구도 위험하다.
허씨에 따르면, “아이가 상급 학교에 진학했다고 새 책상이나 새 침대를 사주는 건 아이를 위하는 일이 아니라 아이를 잡는 일”이다.
상당수 가구가 합성 접착제나 방부제, 합성수지로 범벅이 돼 있기 때문이다. 비싼 원목 가구라고 안심할 일도 아니다.
원목 가구 또한 포름알데히드 40% 수용액인 포르말린에 6개월 이상 담근 뒤 말린 목재를 사용해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벌레와 흠집 방지를 위해서이다.
따라서 아이를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이웃이나 사촌이 쓰던 헌 침대·책상을 물려주는 게 최선이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3·30 운동’을 아십니까
오래 묵은 집에 산다고 안심할 일도 아니다. 집안 독소의 핵심은 공기라고 허씨는 말한다.
대기오염에 민감한 사람들은 창문을 자주 열지 않으려 한다.
오염된 바깥공기가 실내로 유입될까 봐서이다. 그러나 허씨에 따르면 이는 바보 같은 짓이다.
대기오염 농도는 대부분 실내 공기 오염 농도보다 낮다.
바깥 대기는 오염이 돼도 자정 작용으로 정화되기 때문이다.
반면 실내에서는 이런 자정 작용이 일어나지 않고 오염된 공기가 계속 순환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내 공기 오염 농도는 일반적으로 실외 공기 오염 농도의 4배에 이른다고 한다.
그뿐 아니다. 더 심각한 것은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는 것이 대부분 미세 먼지라는 사실이다.
미세 먼지는 일반 먼지보다 사람 폐에 더 깊숙하게 전달된다.

세계보건기구는 실내 오염 물질이 폐에 전달될 확률이 실외보다 약 1000배 높다고 추정했다.
그런데도 집 안 공기를 자주 환기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 까닭에 허정림씨는 강의를 다니는 곳마다 ‘3·30 운동’을 제안한다.
하루 3회, 30분 이상 창문을 열어 실내를 환기하자는 운동이다.

특히 학교 같은 곳은 3·30 운동을 아예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허씨는 말한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꾸벅꾸벅 존다고 아이들 정신 상태만 탓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밀폐된 아파트나 사무실 공간에서는 환기가 더욱 중요해진다. 방문을 닫고 산소 농도를 측정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아파트 방문을 닫은 지 3시간이 지나자 처음에 20.4%였던 산소 농도가 20.0%로 떨어지고, 7시간이 지나자 19.6%로 떨어졌다.
대기 중에서도 산소 농도가 19~20%로 떨어지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구토 증세가 나타난다.
이러니 집 또는 사무실에서 이런 증세가 나타나면 곧바로 창문을 열어야 한다.
물론 황사주의보나 오존주의보가 내렸을 때는 예외이다.

환기 대신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잘못 관리하면
공기청정기 자체가 오히려 오염원이 되는 만큼 그보다는 창문을 자주 여는 게 좋다고 허씨는 말한다.
서울 구로구가 지난해 3~12월 어린이집 4곳을 대상으로 벌인 아토피 개선 사업 결과는 흥미롭다.
이에 따르면 집에서 공기청정기를 사용한 경우 아토피 증세 어린이의 66.7%가 호전된 반면,
환기를 자주 하는 경우는 73.7%가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잇단 환기가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보다 효과가 크다고 드러난 것이다.

집 안에서도 특히 신경 쓸 곳이 부엌이다.
주방은 가정에서 가장 큰 오염원 배출지로 꼽힌다.
미국 환경청이 일반 가정에서의 실내 공기 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전체 오염원의 평균 37%를 주방이 차지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가스레인지나 가스오븐이다. 주방 오염의 85%는 이 둘 때문에 발생한다.
가스레인지나 가스오븐을 켜면 푸르스름한 불꽃을 내며 가스가 연소되는데,
이때 일산화탄소·이산화질소·이산화황·포름알데이드 따위 유해 물질이 공기 중에 방출되는 것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일산화탄소는 혈액의 산소 운반을 저해해 뇌 신경을 손상시키는 가스이며, 이산화질소는 만성 폐질환을 일으킨다. 포름알데이드는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면역 기능을 약화시켜 각종 장기를 약하게 하고, 공기 중으로 흩어지며 인체에 손상을 준다.

끔찍한 오염원, 부엌을 잡아라
이들 기체는 환기를 한다 해도 잘 빠져나가지 않고 집 구석구석에 배는 습성이 있다고 허씨는 지적했다.
따라서 가스레인지를 켤 때는 메인 밸브를 활짝 열 필요 없이 절반 또는 3분의 2 정도만 열고 쓰면 좋다는 것이다.
가스레인지를 켜는 순간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이때 가장 많은 유독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이를 줄이려면 가스 불을 켜기 전에 창문을 열고, 레인지 후드를 먼저 켜 순간적으로 발생한 유해 물질이 잘 빠져나가게 해야 한다.
허씨에 따르면, 이같은 수칙을 지키는 것은 아이가 있는 집에 특히 필수적이다. 포름알데히드나 이산화질소는 공기보다 무거워 바닥에 가라앉는 성질이 있는 만큼 기어다니는 아이 또는 보행기를 타는 아이에게 더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허씨가 환경 전문 강사로 나서게 된 데는 뼈 아픈 체험이 깔려 있다.
둘째아이를 낳고 아파트로 이사한 허씨는 이사 직후 둘째아이가 아토피성 피부염에 걸려 다 크도록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외풍이 심한 단독주택에서 살던 습관에 젖어 창문을 열어 환기한다거나 환기 팬을 돌리지 않았던 것이 패착이었다. 그뿐인가. 이사갔다고 화학 비닐장판을 새로 깔고 창문에는 두껍게 코팅한 커튼을 쳤다. 아직 새집증후군이라는 용어조차 없던
시절이지만 그 뒤 허씨는 희미하게나마 ‘집 안 환경에 뭔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허씨의 의문은 대학원에 진학해 환경공학을 공부하면서 비로소 풀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했기에 허씨가 책에서 제안하는 실천법은 꽤 구체적이다.
가구에서 화장품, 세제, 벌레 잡는 약에 이르기까지 집 안 구석구석에 도사린
유해 독소를 파헤치고 그 퇴치법을 꼼꼼히 소개한 끝에 허씨가 내린 결론은 “집을 최대한 간소하게 비우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독소 퇴치법”이라는 것이다. 필수품 아닌 사치품으로 가득한 집일수록 화학물질이 넘실대는 죽음의 집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인 셈이다.

<출처 : 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