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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주요뉴스

새 전자제품 증후군을 아십니까?

전자제품 가동 시 유해물질 방출량 증가돼



새 집도 아닌데 머리가 지끈거리거나 눈이 따끔하다면 주변에 구입한지 얼마 안 된 새 전자제품이 있는 건 아닌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두통이나 눈·코·목의 자극, 현기증 등 일명 ‘새집증후군’이라 불리는 증상을 유발하는 것은 비단 새 집뿐만이 아니다. 가정이나 사무실에 새로 들인 전자제품도 마찬가지다. 최근, 전자제품 가동 시 유해물질인 총휘발성유기화합물 방출량이 증가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주의가 요구된다.

◇ 청소기, 컬러 프린터기 가동 시 유해물질 더 나와


현대사회는 인간의 모든 활동영역에 있어 디지털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끊임없는 산업기술의 발달은 이렇듯 우리를 디지털시대에 살게 만들었다. 그런 연유에서 사람이 있는 곳곳에는 적어도 한 대 이상의 전자제품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해주는 이러한 전자제품들이 사실은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면?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은 PDP TV와 진공청소기, 프린터 및 복사기 등 9개 새 전자제품의 가동 전·후 오염물질 방출량을 측정한 ‘전기·전자제품에 대한 오염물질 방출량’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냉장고나 TV, 진공청소기 등의 전자제품을 사용할 경우, 사용 전보다 톨루엔이나 벤젠 등 유해물질인 총휘발성유기화합물(이하 TVOC) 배출량이 최대 100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양문형 냉장고의 TVOC 배출량은 가동 전보다 2.7배, 김치냉장고는 1.7배, PDP TV는 4.1배, 진공청소기는 100배 이상 증가했다. 프린터 및 복사기 등의 사무용 전자제품도 대기모드보다 인쇄를 하게 될 때 총휘발성유기화합물 방출량이 5배 이상 증가했다. 또 흑백 인쇄보다 컬러 인쇄 시 오염물질 방출량이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 총휘발성유기화합물, 새집증후군의 원인이기도


유해성이 우려되는 총휘발성유기화합물은 건축자재에서 많이 배출돼 두통과 피부질환을 일으키는 포름알데히드와 함께 새집증후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을지대학병원 산업의학과 오장균 교수에 따르면 휘발성유기화합물은 본드나 페인트에 쓰이는 시너같은 물질이라고 한다. 시너는 환각성이 있어 이것이 들어 있는 본드를 흡입함으로써 환각상태에 빠지는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와 비슷한 물질이 바로 전자제품의 도금이나 페인팅에 쓰이게 되는데 제품 가동 시 발생한 열로 인해 유해물질을 방출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유해물질은 주로 호흡을 통해 흡입되기 쉬워 각종 호흡기질환을 유발해 천식 등의 원인이 된다. 또 중추신경을 자극해 어지럼증이나 두통, 무기력증 같은 신경계질환까지 유발하는 일상적인 증상부터 주요 질병의 원인을 초래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림대 산업의학과 임형준 교수는 “구체적으로 어떤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전자제품에서 방출되는지를 따져봐야겠지만, 일반적으로는 두통을 비롯해 눈이나 코 등 점막자극증상이나 호흡기 질환 증상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 잦은 환기로 실내 공기 정화시켜야


하지만 전자제품에서 방출되는 유해물질이 구체적으로 인체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는 알기 어려운 실정이다. 환경과학원 실내환경과 장성기 과장은 “현재로서는 전자제품의 유해물질 방출량에 대한 안전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관리방안이 없다”고 밝혔다.

오장균 교수도 “인체에 해를 끼치는 유해물질의 기준이 100이라고 봤을 때 유해물질의 방출량이 크게 증가한다고 해도 방출량 자체가 미비하다면 새집증후군 증상의 요인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그러나 유해한 물질이 방출되는 만큼 전자제품 사용시 잦은 환기를 통해 실내 공기를 정화해주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과학원도 생산된 지 한 달이 지난 제품이라도 구입 후에는 충분한 환기가 필요하다며 가급적 전자제품의 사용시간을 줄이고 장시간 사용 시 자주 환기를 시켜주는 것이 좋다고 당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최근 국내에 수입산 저가 전자제품이 늘고 있어 이에 대한 유해 물질 방출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한편 환경과학원은 지속적인 생활용품 오염물질 방출시험을 실시해 쾌적한 실내공기질을 위한 생활용품 오염물질 관리방안 마련에 활용할 예정이다.